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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대] 여친아, 클럽 가지 말랬잖아요 - W.슈리에


쿵쾅쿵쾅 시끄러운 비트의 음악이 울린다. 새해병신년을 앞두고 한껏 달아오른 분위기는 그렇지 않아도 광란의 밤을 보내고 싶어 하는 피 끓는 청춘들에게 더한 에너지를 선사했다. 늘 온 세상이 역동적으로 살아 움직이듯 생생함과 푸릇함(?)이 가득한 이곳, 달이 뜨면 비로소 베일을 벗고 그 본래의 모습을 드러내는, 나의 파라다이스.




"야! 얼른 와, 춤 안 출 거야?"
"가지, 가야지. 내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데."




내가 단언컨대, 청춘싸라해을 가장 화려하게 보낼 수 있는 장소는 클럽일 거다!





여친아, 클럽 가지 말랬잖아요.
w. 슈리에





여기저기서 뜨겁게 시선이 쏟아진다. 감탄과 동경, 그리고 약간의 음란함까지 가미된, 평소의 제약이 일부 해제되는 클럽에서만 느낄 수 있는 적나라한 감각이다. 그래, 이거지. 자신을 마음껏 풀어놓을 수 있는 클럽을 나는 좋아했다. 아니, 정정하겠다.몹시도 사랑했다. 오죽하면 나와 일주일만 다녀 본 모든 사람들에게 클럽 죽순이란 영광의 칭호를 얻었을까. 이제는 지나간 빛나던 날들이지만.. 다년간 쌓아온 클럽 경험은 아직 죽지 않았다, 이거다. 열심히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드는 나는 내 소울메이트 정수정과 함께 단연코 가장 눈에 띄는 사람 중 하나였으리라. 이 얼마만의 자유야, 기쁨에 눈물이 맺힐 지경이었다. 그동안 쌓인 모든 것들을 풀고 가리라, 그런 일념으로 나는 한참을 무아지경으로 춤을 추고, 몸을 흔들었다. 내 숨이 턱 끝까지 차올라 더 이상은 손가락 하나도 까닥할 수 없을 때까지.




"야, 진짜.. 나 오늘 죽어도 여한이 없다."
"미친년, 말 좀 가려서 해. 말이 씨가 된다고 난 죽기는 싫다."
"어머 병신년 앞두고 병신년 출몰이란 희귀한 장면을 보게 되다니. 비유법도 모르는 촌년 티 작작 좀. 그냥 그만큼 좋다는 말이잖아, 병신년아. 아, 난 2016년한테 말한 거다. 안녕 새해?"
"진짜 병신이 따로 없네. 아, 난 너한테 얘기한 거다?"
"개년.."




자기소개 시간은 기저귀 뗐을 때 안녕했는데요,지칠 대로 지쳐 쉬려고 내려온 테이블에서 재회한 정수정과 실없는 소리를 뱉다가 또 웃음이 배어나와 피실피실 웃었다. 한바탕 놀고 나서 들이키는 맥주 한 잔만큼 시원한 게 또 없지. 한 손으로 들기 버겁도록 무거운 잔을 두 손으로 잡아 내용물을 거침없이 목울대로 넘긴 나는 거품묻은 입가를 한 손으로 훔쳐내며 온 몸을 싸고도는 개운함에 몸서리쳤다. 아으으, 시원해라. 사우나로 땀을 쪽 빼고 들이키는 냉녹차의 시림이랄까. 겪어 본 사람들은 알 거다, 그게 얼마나 중독성있는 건지.




".. 뭐."
"아니, 내 새끼지만 참 술 한 번 더럽게 잘 마신다 싶어서. 많이 마셔라, 네가 오늘 아니면 또 언제 그 고귀하신 맥주님을 영접하겠냐."
"어, 나 오늘 작정하고 왔다. 들어간 거 도로 기어나올 때까지 처넣을 거야."




네 말대로 내가 오늘 아니면 또 언제 이렇게 할 수 있겠어, 어깨를 으쓱이며 가볍게 내뱉는 말에 정수정이 드런 년, 하며 질린다는 표정을 짓고는 서비스로 나온 강냉이를 집어먹었다. 어, 저건 내가 입 심심할 때마다 일용할 귀중한 양식인데.




"지 여친 그렇게 단속하는 남친이나, 그 미친 듯한 단속에도 결국 클럽 온 네년이나. 아주 끼리끼리 존-나 잘 놀아요."
"뭐래, 나나 종대가 뭐가 어떻다고, 완벽하기만 하구만. 아, 물론 내가 좀 더 아깝긴 하지만."
"미친년. 너는 걔가 널 지금껏 만나줘서 감사하다고 절을 하야 해. 잘생겨, 단속 쩌는 거 빼곤 성격 좋아, 게다가 능력까지 있어, 너한텐 한참 과분하지."
"여러분, 정수정이 드디어 미쳤답니다! 너야말로 그 막걸리보다 걸쭉한 입 가지고 박찬열이 뭐라 안 하디?"
"세상 여자들이 모두 너 같을 거란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는 저 멀리 치워주겠니? 이런 우매한 중생 같으니. 나 알고보면 굉장히 조신한 여자야, 왜 이래?"
"잘 논다, 잘 놀아.."




끌끌 혀를 차며 나는 빠른 속도로 사라져가는 강냉이를 사수하기 위해 손을 뻗었다. 입 안에서 약간의 단맛과 함께 녹녹히 녹아내리는 강냉이가 참 흡족스럽다. 1차 신나게 놀았고, 이제 이거 다 먹고 2차 뛰어야지? 의뭉스레 웃으며 던지는 말에 역시 내 친구다, 하며 손바닥을 마주쳐오는 정수정이 참 오랜만에 예뻐보인다. 어구, 그래쪄여 하며 머리를 손으로 흐트러트리자 개년아 이거 한 시간 걸렸는데! 하며 내 머리를 쥐어뜯는 것까지, 오늘은 가볍게 같이 머리채를 잡는 걸로 끝내기로 했다. 어쨌든 내가 여기까지 올 수 있게 한 일등공신은 정수정이니까. 그렇게 투닥대고는 잔뜩 망가진 머리로 또 좋다고 어깨동무를 하며 테이블에서 일어나 다시금 무대로 향하는 어깨가 춤을 추듯 흥겨웠다.





***





왁자지껄한 소리가 작게 메아리쳐 울린다. 한참을 놀다 다시 만난 정수정이 내 얼굴을 보고는 배꼽이 빠져라 웃는 걸 보고서야 비로소 클럽에 들어왔을 때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화장을 고치지 않았다는 사실이 떠올랐더랬다. 물론 앞에서야 내 가녀리고 길쭉한 중지를 본 용도에 맞게 단호한 의사표시로-엿을 먹여줬단 얘기다- 사용했다지만, 이건 굉장히 수치스러운 일이다. 아무리 남자랑은 안 논다고 해도 그렇지, 얼굴까지 이 모양으로 하고 다니다니! 어쩐지 오늘따라 남자들이 얌전히 있더라 했어, 물론 와도 받아줄 건 아니지만. 지체할 것 없이 화장실로 향하는 걸음에 허벅지의 반을 간신히 덮는 길이의 검은 슬립 미니스커트 밑으로 쭉 뻗은 다리가 바삐 움직였다. 발을 편안히 감싸는 고급스러운 무광의 레드 하이힐은 텅 빈 통로에 경쾌한 소리를 남겼다. 몸에 딱 달라붙어 몸매를 유감없이 드러내는 모폴라 티셔츠의 팔을 대충 걷어붙이며 화장실로 들어서던 나는 몹시도 익숙한 소리에 멈칫했다.




"읍, 으음.."




어머나, 부끄러워라. 무심한 시선으로 격렬히 입을 문대는 남녀를 훑자 내 시선이 신경쓰이는 듯 흘끔 나를 확인하는 여자가 보였다.




"하던 거 열심히 하세요, 저는 신경쓰지 마시고."




눈치를 보는 여자에게 대충 손을 흔들어 보이고 화장실 거울 앞에 선 나는 지워진 립스틱을 새로이 새빨갛게 덧그리며 어째서 사람들은 클럽 화장실에서 키스를 하는가에 대한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아무리 좋아봤자 향기는 안 나는데. 암모니아를 맡으면 심리적으로 더 흥분이 되나? 그럼 나도 김종대를 끌고 화장실로 들어가볼까, 이번엔 다크닝된 피부를 톤업시키는 작업을 시작했다. 나도 김종대랑 만나기 전에 화장실에서 키스하고 뭐하고 할 거 다 해 보긴 했지만, 영 알 수가 없단 말이지.

마침내 말끔히 새단장을 하고 화장실을 나서는 중에도 끊이지 않는 애정행각을 보며 나는 둘의 폐활량에 감탄했다. 거 참 죽 잘 맞네. 입 맞고 몸 맞고 그러다 보면 마음도 맞고 그런 거지 뭐, 거기다 속궁합까지 좋으면 더 바랄 바가 없고. 속궁합이 무탈한 교제 생활에 얼마나 중요한데. 문득 만난 지 반년여가 되어가는데도 아직까지 함께 자기는커녕 밤에는 스킨십까지 자제하는 내 애인이 생각났다. 처음 만났을 때 여자 손길 받아넘기는 게 보통이 아니었던 것 같은데 나는 너무 안 건드린다. 내가 처음인 것도 아니고 대체 왜 그러는지를 통 모르겠다고. 생각해보면 클럽이란 곳에서 만난 우리는 그런 것 치고 주위 그 누구보다 깨끗한 연애를 하고 있었다. 내 기준으로는, 정말 심각할 정도로. 반년동안 최대 진도가 키스라니, 말이 되냔 말이다.




"이게 다 김종대 때문.. 덕분이지,"




내가 김종대였어봐, 진작 침대를 가도 골백번은 갔겠다. 내가 성적 매력이 부족한 것도 아니고.. 아니 어떻게 나를 두고 인내심이 그렇게 좋지? 종대는 일부러 은근슬쩍 건드리는 내 행동에도 그저 웃으며 장난치면 못쓴다는 말과 함께 가볍게 이마에 입 맞추는 게 전부일 정도였다. 내가 그렇게 유혹을 해 대도 넘어오질 않다니, 오죽하면 내가 참다참다 버젓이 애인이 있는데도 클럽까지 와서 욕구를 해소해. 물론 클럽이 그리웠던 것도 있긴 하지만, 이건 꼭 뭐 내가 욕구불만인 것 같잖아! 그렇다고 대놓고 얘기하기는 그래도 여자랍시고 창피하고. 어쨌거나 정말 그 날 클럽에서 종대를 만난 건 우리 둘이 만나란 신의 계시였음이 틀림없다. 그렇지 않고서야 클럽엔 관심도 없던 사람과 클럽 죽순이었던 내가 만날 일은 없었을 테니까.

두터운 문의 문고리를 잡아당기자 부드러운 움직임과 함께 서서히 열려가는 틈 속으로 다시금 현란하게 빛나는 조명들과 음악이 내 눈과 귀를 어지럽혔다. 거침없이 다가간 바에서 집어든 와인잔에 담긴 레드와인이 붉게 찰랑대며 내 입술을 촉촉히 적신다. 갑작스레 찾아드는 노곤함에 나는 와인 향에 취한 눈을 감았다. 그 날과 꼭 같은 왁자지껄한 분위기가 눈을 감자 더 확실한 형태로 온몸에 닿아왔다.




`그러는 그 쪽은, 상당히 익숙해 보이네요.`

`이런 데서 하루치 만남 이상의 걸 기대하는 놈들은 머저리밖에 없다던데.`

`머저리 한 번 해 보려고.`

`이게 다 그쪽이 지나치게 예뻐서 그런 거야.`





문득 떠오르는 기억의 편린에 느리게 닫았던 눈꺼풀을 밀어올리자 먼발치에 화려히 장식된 기둥이 눈에 들어온다. 저기에 비스듬히 기대 온갖 여성들의 진득한 눈길과 손길을 능숙히 받아내던 남자는, 흔치 않게도 입꼬리가 살짝 말려올라가 개구쟁이 느낌을 주는 미남이었더랬다. 클럽에서는 아무도 입지 않을 법한 정장에 와이셔츠 차림으로 피식대며 쏟아지는 모든 관심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넘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지. 그래놓고는 우연히 춤을 추던 나와 눈이 마주치자 계속해서 무표정을 고수하던 얼굴이 별안간 눈을 반으로 접으며 웃던 모습은 아직까지도 뇌리에 선명히 남아 있었다.




"안녕하세요."




그렇게 잠깐의 해프닝이 지나고 원 없이 춤을 추고 내려온 후에는 평소와 다름없이 테이블에 딸린 소파에 파묻혀 맥주잔을 집어들던 내게 날아왔던 말은 사실 아무런 감흥도 없었다. 내가 예쁘장하게 생겼다는 사실쯤이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고, 그로 인해 날아드는 수많은 추파 역시 지겹도록 익숙했으니까. 그럼에도 흥미 없는 시선이 목소리의 주인에게 한 번 가 닿았던 이유는, 건네진 말이 클럽에서 듣기란 몹시도 힘든 종류의 그것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예상과는 다르게 다가온 사람이 아까 눈이 마주쳤던 남자임을 확인한 나는 클럽에 초행인 것을 온 몸으로 티내듯 차려입은 핏이 딱 떨어지는 정장차림의 사내가 아까와는 달리 재미있단 듯 웃으며 나를 바라보고 있는 걸 보며 두 눈을 비볐다. 세상사 재미있는 일이 없단 것처럼 기둥에 기대 아무렇지도 않게 끈적한 손길들을 받아내던 남자가 맞나. 몇 번을 봐도 클럽에선 눈에 띌 수밖에 없는 흰 와이셔츠를 입은 모습에야 비로소 아까의 남자와 동일인물임을 실감할 수 있었다.




"네, 안녕하네요. 좀 힘들긴 하지만."




떨어진 대답에 그래요, 하며 피식 웃는 모습도 내 의심을 증폭시키는 데 큰 몫을 했다. 올라간 입꼬리마저 똑같은데, 쌍둥이인 건가 싶을 정도로 남자의 분위기가 아까와는 확연히 달랐다. 문득 샘솟는 호기심에 나는 장난스레 말을 이었다.




"그러는 분은 전혀 안 안녕해 보이는데요. 많이 어색한가 보죠, 클럽이?"
"그러는 그 쪽은, 상당히 익숙해 보이네요."





짓궂은 목소리에 능숙하게 말을 되받아치는 남자의 목소리엔 어울리지 않게도 장난기가 얼핏 담겼다. 잘생긴 놈이 뭐 목소리까지 좋아, 나는 속에서 느껴지는 원인 모를 간질거림에 부러 퉁명스레 말을 뱉었다.




"그래요, 내가 바로 그 클럽 죽순이라고 불리는 사람이라."




그리고는 어땠더라, 불퉁한 대답에 남자가 작게 웃었던 것도 같다. 그리고는 들려오는 대답이 참 쌩뚱맞았었지.




"난 김종대라고 해요."
".. 갑자기 웬 자기소개야."




그냥, 알아두면 좋을 것 같아서,
하고 다시금 간지럽게 웃어 보인 남자가 말을 이었다.




"그런 애기를 들었어요, 이런 데서 하루치 만남 이상의 걸 기대하는 놈들은 머저리밖에 없다던데."
"..."
"머저리 한 번 해 보려고. 그래서 왔어요, 이게 다 그쪽이 지나치게 예뻐서 그런 거야."




나 이래봬도 예쁜 여자 수두룩하게 본 위인인데, 그쪽이 제일 예쁜 거 같아. 덕분에 팔자에도 없는 머저리 됐으니까 나 책임져요-
남자는 덧붙였다. 능글맞게 웃으며 그러니까 번호 좀 줄래요? 아, 마음도 같이 주면 더 좋고, 하는 남자에 그날따라 나 비싼데요, 그쪽 전 재산 털어도 모자랄 텐데, 하면서도 번호를 결국 줬던 건 무슨 조화였을까.

웃는 얼굴이 너무 예뻐서 나도 모르게 홀린 건가. 아니면 역시 남자 보는 내 눈이 탁월했던 건가, 성욕의 결여를 제외하고는 완벽한 남자를 기가 막히게 찾아낸 거니까. 아니지, 그게 얼마나 중요한 부분인데. 애인 두고 다른 남자랑 뒹굴수도 없고, 내가 손해가 돼버린 건가? 정수정은 우리가 처음 만난 날 벌써 잔 줄 안다. 그래서 내 친구긴 하겠지만 사고가 개방적인 애고, 내가 처녀도 아니니까. 그렇다고 진실을 말하자니 매력이 없어 그렇다며 한껏 비웃을 모습이 안 봐도 뻔했다. 이쯤 되니까 진짜 그런 건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사실 클럽으로 기어코 돌아온 데에 다시금 내 매력이 대한 자신감을 찾기 위한 이유가 상당수 포함되어 있단 건 죽어도 말 못 한다. 그렇게 점점 삼천포로 새는 생각을 제자리로 돌려놓은 것은 경보음이 울리는 내 핸드폰이었다. 정수정을 위한 전용 벨소리다. 한번 오면 감감무소식인 애가 뭔 일이래, 하며 나는 대충 핸드폰을 들어 귀에 가져다댔다.




"왜. 벌써 가게?"
-... 지금이 몇 시지?




헉.. 핸드폰에서 무시무시한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내 예상이 틀리지 않았다면 이건.. 나는 반사적으로 핸드폰을 경건히 바로잡았다. 오랜만에 가는 클럽에서라도 욕구를 해소해 보겠다며 한껏 차려입은 옷이 눈에 들어온다. 이대로 가면 난 최소 사망인데.




"어.. 음.. 종대야, 그러니까.. 수정이는?"
-정수정은 지금 박찬열이랑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겠지, 박찬열 아니었으면 내 손에 먼저 죽었을 거고.
"아하하하, 농담도 참.."
-그래서, 정수정이랑 클럽으로 쇼핑을 오셨다? 밤 11시에?




윽. 절대 안 들킨다며! 자신과 함께 쇼핑을 하고 집에서 하루 잔다는 핑계를 대고 오면 절대 들키지 않을 거라 호언장담하던 정수정이 원망스러워진다. 절대 안 들키킨 뭘, 아주 제대로 걸렸네. 대체 어떻게 안 거야.. 정수정은 아마 지금쯤 박찬열한테 어마어마하게 잔소리를 듣고 있을 거다. 그래도 그쪽은 그나마 낫지, 이쪽은..




-여친아, 클럽 가지 말랬잖아요.




하여튼 말은 정말 안 듣지.. 그래서 너 어디야. 묻는 말에도 대답할 수 없었던 이유는 종대의 목소리가 정말, 정말로 심상치 않아서. 평소 장난기도 많고 능글대는 김종대는 늘 웃는 만큼 한전 화가 나면 정말 무서웠고, 내가 클럽에 가 불특정 다수의 남자와 부딪히는 걸 죽기보다 싫어했다. 덕분에 사귀고 나서부터는 클럽 문턱도 못 밟아봤는데, 오늘은 아예 작정하고 나온 차림에다 늦은 시간까지 김종대가 화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조건이었다. 내가 한참을 말을 잇지 못하자 수화기 넘어로 작게 한숨소리가 들려왔다.




-..됐다. 어디든 거기 가만히 있어. 한 발짝이라도 도망가기만 해 봐.




말을 마치자마자 끊기는 전화가, 지금 김종대가 많이 화가 나 있음을 반증했다. 정말 가만히 있어야지, 여기서 도망치기까지 했다간 정말 뭔 일이 날지 모른다. 고개가 절로 숙여졌다. 역시 아무리 그래도 클럽은 안 되는 거였나. 일단 만나면 바로 사과해야지.. 내 어깨가 알 수 없는 힘에 휙 잡아 돌려세워진 건 그때였다.




"종대야.. 어?"
"뭐야, 임자 있는 꽃이었어? 왜 그렇게 침울하게 서 있어, 예쁜 아가씨가."




오빠들이랑 놀까? 재밌게 해 줄게. 누런 이를 드러내며 웃는 얼굴에 소름이 끼쳤다. 남자 뒤에도 하나같이 덩치있는 남자가 둘 더 있었다. 덥석 잡아오는 손을 뿌리치기 위해 애썼지만 나보다 두 배는 더 굵은 팔은 쉽게 풀려날 생각을 하질 않았다. 여지껏 한 번도 없던 일이 왜 하필 지금..!




"당신들 말대로 애인 있어요. 지금 기다리고 있는 중인데, 이 손 좀 놓으시죠, 놓지 않으시면 소리지를 거예요."




겁먹으면 안 된다. 최대한 침착히 응수했지만 끝이 떨려오는 건 감출 수가 없었다.




"귀여운 아가씨네. 애인도 있는데 그런 옷차림을 하고 이 시간에 혼자 있으면 안 되지, 그건 같이 놀아달라는 거 아닌가?"




소리, 질러 봐. 징그럽게 웃으며 내 귀에 대고 마지막 말을 속삭이는 동시에 주변에 서 있던 남자 중 한 명이 내 입을 두꺼운 손으로 막아 버린다. 동시에 나는 나머지 둘이 내 양 팔을 잡고 잡아당기는 힘에 속수무책으로 끌려가기 시작했다. 누군가가 나를 도와주기에는 어둑하고 현란한 조명에 더해 남자들의 덩치에 가려 내 모습조차 제대로 보이지 않았고, 입이 강한 힘으로 눌리고 있어 소리조차 지르기 힘들다. 온 몸을 버둥대며 저항하는 힘에도 아랑곳않고 남자들은 클럽룸의 제일 끝 방으로 나를 끌고 들어가기 시작했다. 점점 주변이 어두워지고, 목적지가 다가온다. 팔다리에도 점점 힘이 빠져온다. 이렇게 속절없이 당하는 게 분해 눈물이 맺힐 지경이었다.




"...!"




별안간 내 입을 굳게 막고 있던 손이 떨어지고, 제일 뒤에 서 있던 손의 주인이 비명을 지를 틈도 없이 바닥에 쓰러졌다. 툭- 둔탁한 소리가 좁은 복도를 울리고, 앞서 내 팔을 끌고가던 두 남자가 고개를 돌린다.




"어떤 놈이-"




김종대였다. 제대로 화가 난 듯 처음 만났을 때보다 훨씬 굳은 얼굴을 한 종대는 한 명이 쓰러짐과 동시에 순간적인 일에 당황한 한 사람을 더 때려눕혔다. 가차없이 급소인 명치에 내리꽂히는 주먹에 캑캑대며 남자가 허리를 숙이는 찰나 뒷목을 내리쳐 그대로 기절시켰다. 남은 한 남자도 오금을 차 무릎을 꿇리더니 그대로 머리채를 잡고 바닥에 내던지고는 그 머리를 구둣발로 즈려밟았다. 일을 마치고 바로 온 듯 완벽한 정장차림의 김종대가 넥타이를 사정없이 풀어헤쳤다. 나지막이 깔리는 목소리가 무섭도록 낮았다.




"어떤 개새끼가,"
"..."



"인간을 물지."




개새끼 주제에, 흘러나오는 신음소리에도 사정없이 구둣발로 머리를 밟는 얼굴에는 어떤 표정도 없었다. 종대의 입에서는 처음 듣는 욕설이 지독히도 낯설었다. 그렇게 한동안 머리를 누르다 이내 내려오나 싶었던 발이 그대로 손을 찍었다.





"으아아악!!"




각을 세워 찍은 탓에 부러진 건지 이상한 각도로 비틀려 꿈틀대는 손이 소름끼쳤다. 김종대는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 그대로였다. 내가 알던 종대가 맞나, 싶어 순간 두려워졌다. 안심이 되자 풀린 다리가 휘청였다. 애써 중심을 잡고 서자 이제는 눈물이 사정없이 흘렀다.




"종대야.."



"..."



다시금 올라가던 발이 멈칫하더니 원상태로 돌아오고, 어두운 눈으로 종대가 날 응시했다. 쓰러진 남자의 찢어진 머리에서 핏물이 흘러나와 바닥을 적셨다.




"나 무서워.. 종대야. 나가자.."




잠시간 나와 쓰러진 남자들을 번갈아보던 종대는, 피묻은 구두를 남자의 옷에 닦아내고는 다가와 자신의 자켓으로 내 허리를 감싸더니 그대로 나를 안아 들었다. 말없이 그 상태로 클럽 밖으로 나간 종대는, 자신의 차에 나를 태워 자신의 집에 도착할 때까지 입을 열지 않았다. 긴장감이 차차 가시자 굳어있는 종대가 몹시도 신경쓰였다. 정말 괜히 갔어, 방식이 다른 것 뿐이지 날 누구보다도 좋아해 준다는 거 잘 알고 있는데.. 이윽고 도착해 들어선 익숙한 집 안에서, 나를 자신에 소파에 앉힌 종대는 부엌에 들어서더니 이윽고 달달한 코코아를 타 왔다. 무릎 위에 따뜻한 잔이 놓인다.




".. 마셔."




또 한동안 정적이 흘렀다. 무겁게 내려앉은 침묵을 깬 건 종대였다.




"위험하다고, 가지 말라고 했잖아. 다른 놈들이 너 보는 거 싫다고."
".. 미안."
"사과 듣자고 하는 거 아니야."




왜 간 거야, 그냥 가고 싶어서? 네가 그런 이유만으로 그렇게 말린 걸 갔을 리가 없잖아, 물어오는 말에는 고개를 푹 숙이고 도리질쳤다. 말 못 해.




"아니야, 그냥 가고 싶어서 간 거야.. 정말로."
"나는 바보가 아니야, 김여주. 거짓말 그만해."




너 요즘 묘하게 기운없어 보이던 것도 알고 있었어. 대체 무슨 일인데, 거짓말인 걸 알고 있단 말에도 부정을 표하려던 내 생각은 이어지는 말에 무너져 내려버렸다.




".. 온 신경이 너한테만 곤두서 있는데, 내가 모를 수 있을 리가 없잖아."




아, 정말 모르겠다. 저렇게까지 말하는데, 저런 눈으로 나를 보는데 어떻게 모른척해. 도저히 못 숨기겠다. 나는 두 눈을 꼭 감고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네가.. 밤에는 스킨십도 많이 안 하고, 내가 나서서 해도 별 반응 없고, 오히려 별로 안 좋아하는 것 같고 그러니까.."
"..."
"그러니까.. 나는, 내가 매력이 없나.."




또다시 왈칵 울음이 새나오려는 것을 억지로 눌렀다. 더 이상 못난 꼴을 보일 수는 없었다. 종대가 보일 반응이 무서워 나는 눈을 감은 채로 한없이 움츠러들었다. 아직까지 무릎 위에 놓인 자켓이 꼭 쥐는 두 손 사이로 형편없이 말려들어갔다.




".. 하."




꽤 오랫동안 침묵을 유지하던 종대가 별안간 숨을 토해냈다.




"여주야."
"..."
"너는 내가,"




부처로 보여? 정말로 어이없단 듯 맺는 말에는 웃음기까지 묻어나, 나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었다. 내 눈에 그렁그렁 매달린 눈물을 보고는 헛웃음을 짓더니 맺힌 눈물을 와이셔츠 옷자락으로 조심스레 닦아냈다.




"네가 만지는 것도 미안할 정도로 너무 소중했을 뿐이야."




밤에 네가 나 그렇게 건드릴 때마다 내가 애국가를 얼마나 제창해댔는지 모르지. 종대는 내 이마를 꾹 누르며 속삭이듯 덧붙였다. 눈이 아까와는 다른 의미로 위험하게 가라앉았다.




"그런 거였으면, 진작에 얘기를 해 주지 그랬어."




나는 그동안 정말 죽는 줄 알았는데. 와이셔츠 단추를 툭툭 풀어내며 입꼬리를 비틀어 미소짓는 얼굴에는 이미 이성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거 진짜 위험한데, 순간 스치는 오싹함에 살짝 뒤로 빠지려는 내 몸을 종대가 어림없단 듯 다른 팔로 휙 잡아끌며 그대로 입술이 덮쳐왔다. 아까의 화장실 커플보다 더 깊숙이 맞춰오던 입술이 점점 내 목선을 타고 내려가 쇄골 언저리를 배회했다. 말이 얇은 피부를 간지럽히며 울렸다.




다시는, 그런 생각 못 하게 해줄게. 끝이 뭉개진 말을 내가 간신히 알아들었을 무렵은 이미 다시 입이 맞물린 뒤였다.




그날 밤, 나는 내가 내렸던 평가를 전면 수정해야 했다.






김종대는 완벽하다고.




-f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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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늦어 버렸지만 해얀니의 생일을 축하드림니다ㅠㅜㅜㅠㅠㅠㅠ엉엉 싸라해오 내년에는 꼭 재 시간 맞춰서..(아무말

+봄니는.. 제가 더 열심히 쪄서 조만간 약속드렸던 것을..(먼산
글 초반에 (강제로) 특출 감사합니다♡.☆ 김청춘니도 싸라해요!!!

+쓰다 보니 늘어서 어느새 분량이ㅋㅋㅋㅋ메모지 한도를 넘어서 새 메모지에 더 썼어요. 혹시 한도가 10000자 훌쩍 넘는 메모앱을 아시는 분은 알려주신다면 싸라합니다..

+시험이 어제 드디어 끝났어요! 앞으로 열심히 연성해 오겠습니다!

+뒤를 더 원하시는 분들은.. ㅎㅎㅎㅎ블라인드 싫어오^♡^ 여러분의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음란마귀는 마음속에 있으니까요!!(feat. 종따이

+횡설수설 무슨 말인지 작가도 모르겠는 글을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엉엉ㅜㅠㅜㅠ..

+오타&내용지적 언제나 환영합니다! 다만 비난은 정중히 거절할게요.

+즐겨찾기&평점 10점&댓글&포인트 해주시는 분들 항상 너무 감사합니다! 자주 찾아와주시는 분들 다 기억하고 있어요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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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소 뉴스   도경수 영화    -윗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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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aJHH  815일 전  
 남자담

 aJHH님께 댓글 로또 10점이 지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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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ooooooooooooooooooh  855일 전  
 옴마마//

 nooooooooooooooooooh님께 댓글 로또 3점이 지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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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름의농도  855일 전  
 어머머머

 구름의농도님께 댓글 로또 9점이 지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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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미솔_  855일 전  
 엄훠ㅎㅎ

 답글 0
  hippo01  855일 전  
 헙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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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ㅅㅣ아  855일 전  
 권ㅅㅣ아님께서 작가님에게 10점의 포인트를 선물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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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동곤듀  855일 전  
 너란 남자,,,,,,완벽하지 힛

 마동곤듀님께 댓글 로또 10점이 지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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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비세니  856일 전  
 어머나//

 비비세니님께 댓글 로또 5점이 지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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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래원  856일 전  
 아,,이글은ㅋㅋㅋㅋㅋ제 심장에게 해로운 글인것 같네여,,근데 왜 계속 보게되는 이유가 뭘까여?ㅠㅠ김종대 짱좋은대 자까님 필력에 크으,,이거는 갓띵작이예여

 답글 0
  ♡₩×₩♡  856일 전  
 이거 완전 제 스타일

 ♡₩×₩♡님께 댓글 로또 6점이 지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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